여행기록/ไทย(thai)

[태국 남부] 펫차부리 Phetchaburi

kokunq 2015. 10. 30. 17:13

태국 남부로 가다 보면 지나치기 쉬운 "달달함의 도시" 펫차부리에 다녀왔습니다. 방콕을 벗어나면 싸뭇싸컨을 지나 싸뭇쏭크람을 지나면서부터 펫차부리 입니다. 태국어를 읽는 방법의 차이 때문에 남부 사람들은 그냥 펫부리 라고도 합니다. 




펫차부리에 들어가기 전에 보이는 지방 안내 웰컴 표지판에는 펫차부리를 "달콤함의 도시" 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펫부리 시내에는 카놈(태국인들의 간식거리로 그 종류가 수백가지)파는 가게가 몇 군데 있었습니다. 럿청이라고 하는 젤리 비슷한 것과 고구마, 타로, 옥수수, 바질씨앗 등등의 고명과 함께 얼음을 갈아 섞어주는 빙수가 일품이었습니다. 이 빙수의 특징 중 한가지는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종류의 설탕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남딴 따놋 이라고 하는 설탕인데요. 일반 설탕처럼 당도가 높지 않으면서 향긋함이 있어 빙수의 품격을 올려 줍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야자수 비슷한 나무의 열매로 설탕을 만듭니다. 남땃 따놋이라는 설탕인데요. 펫차부리의 특산품 이었습니다. 뜨거워진 태양에 데워진 몸을 식힐 겸 점심을 먹고 오후에 찾아 갔는데요. 검증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둘이서 하나를 먹자고 시켜서 맛을 보고는 한개씩 더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아삭한 얼음과 함께 부드럽게 부서지는 설탕의 당도가 기분을 좋게 만들면서 남땃 따놋 특유의 향은 입안 가득 퍼지면서 부드러운 향긋함을 남겼습니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롭고 특별한 맛이었습니다. 설탕이 분명함에도 설탕 특유의 지나친 단맛도 전혀 없었습니다. 나중에 남쪽에 갈 일이 있어서 펫차부리를 지나가게 되면 반드시 들러서 먹고 가자고 다짐할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둘째날, 점심에 바닷가에 있는 식당에 들러 식사를 했습니다. 식당 이름은 "키양크른 씨푸드" 인데요. 바닷가 식당 특기인 각종 해산물 요리가 좋았습니다. 허기진 상태로 식당에 들어가 무섭게 주문을 넣고는 음식이 나오자 마자 먹어 치워서 사진 한 장 못찍었습니다. 그만큼 배가 고팠던 걸까요. 그만큼 맛있었던 걸까요. 기억에 남는 것은 음식 값이 비싸지 않았다는 겁니다. 바닷가를 드라이브 하다가 만날법한 현지 소박한 식당의 분위기대로 음식값이 나왔습니다. 일전에 펫차부리에서 방콕 쪽으로 멀지 않았던 "던 허이럿"에 가서 식사를 하고 나온 음식값에 놀란적이 있었습니다. 이곳이 더 좋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곳의 음식은 맛도 좋지만 현지인들에게 조차 프리미엄을 받는 소위 관광지 와는 거리가 먼 소박함 때문인것 같습니다. 펫차부리 시내에서는 약 15분 차로 달려야 하는 곳이지만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면서 즐길 수 있는 해산물 요리는 펫차부리에 대한 기억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 분명히 일조 하였습니다.






식당 위치



키양크른 시푸드 식당 앞 바닷가 입니다. 


아는 지인이 펫차부리에 살고 있는데 새로 지어진 넓은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방콕 외곽이라고는 하지만 논타부리주도 새로운 센트럴이 들어오는 등 많이 발전된 곳이기 때문에 이런 시골에 사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좋은 환경에 둘러 쌓여 생활하는 것이 좋아 보였습니다. 



저녁에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음식점은 한국으로 치면 산채 음식점 쯤 될까요. 신선한 야채를 주로 사용한 음식점 이었습니다. 샐러드 식으로 먹는 음식부터 살짝 익혀서 먹는 요리까지. 대부분 재료가 신선해야만 즐길 수 있는 음식들 이었습니다. 간판은 베트남을 뜻하는 태국어로 쓰여 있었지만 베트남식 요리 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식당 앞 뜰에는 오래된 자동차를 가져다가 페인팅하여 전시해 놓은 공간과 태국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재현해 놓은 공간도 있었습니다. 방콕 주변에서는 몰라서도 못가지만 눈에 잘 안띄어서 못가는 식당이 많은데 이런 음식도 참 새롭고 좋았습니다. 





식당 위치


펫차부리에는 많은 유적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카오왕" 입니다. 왕족들의 여름 궁전이기도 했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카오왕에 천문대를 짓거나 후대의 왕이 카오왕의 건물을 개축하거나 보수하는 등 왕족들에 의해 잘 관리된 궁전입니다. 관광객들 대부분은 카오왕을 보고 돌아가죠. 저희는 펫부리의 또 다른 유적지 중 하나인 카오루엉 동굴 (ถ้ำเขาหลวง) 에 다녀왔습니다. 거대한 천연 석회 동굴의 지하 부분에 사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빛이 들어오는 곳과 들어오지 않는 곳의 명암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곳곳에 전등이 켜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넓은 공간이 나오고 그 위로는 하늘이 뚫려 있습니다. 빛을 피해서 동굴의 구석 구석에는 불상들이 놓여 있구요.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동물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놓던 통들 이었습니다. 이곳 승려들은 그 물을 마신다고 합니다. 한 쪽 구석에 있었던 빗물받이 시설도 어떤 용도로 쓰이는 지 알것 같았습니다. 



시골 작은 마을이라서 그런지 동물들도 여유가 있는 듯 보였습니다. 소야 어딜 가든 온순하지만 개들도 사람을 많이 경계하지 않고 꼬리를 살랑 거리는 것이 방콕에서 만나는 개들과는 좀 달라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청정한 곳에 가서 몸도 마음도 청정해져서 혼자서 든 생각 일지도 모릅니다. 




펫차부리는 남쪽으로 가는 길 후어힌 바로 직전의 도시 입니다. 후어힌이 워낙 유명하니까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다 보면 조금더 달려 후어힌에서 쉬는 것을 택하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그냥 지나쳐 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울 만큼 펫차부리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먹을것도 풍부하고 볼것도 빠지지 않습니다. 태국 어디가 안 그렇겠습니까만 펫차부리에 대한 추억이 아주 특별해 졌습니다. 나중에 몇 번이라도 찾아가서 맛보고 싶은 남딴 따놋으로 만든 디저트부터 신선한 해산물까지 방콕에서 어렵지 않게 닿는 곳 중에서 참 괜찮은 여행지 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