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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캠핑카 여행중에 만난 프란츠 조셉 빙하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토종 한국인 이기에 빙하는 교과서로만 배웠지 실제로 본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사실 뉴질랜드 남섬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빙하 탐방이었습니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조금씩 이지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한 구석에선 미지의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여겨져서 생각만으로도 벅찬 느낌이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하면서 프란츠 조셉 빙하 탐방을 위해서는 캠핑카를 끌고 뉴질랜드 남섬의 북서쪽 해안 루트를 달려야 했습니다. 물론 북서쪽 해안에 접한 탐방 포인트가 프란츠 조셉 빙하밖에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빙하를 보기 위해 산을 넘어 해안 루트로 다시 산을 넘어 퀸즈타운으로 들어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때는 뉴질랜드의 겨울이었고, 도로의 노면 상태는 어떤지 도로가 폐쇄될 가능성 같은 정보없이 우리는 여행 계획을 짜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많은 문제들을 겪지는 않았지만 도로 한 곳이 폐쇄되어 북서쪽 해안에 계획없던 하루를 더 묶게 됩니다. 프란츠 조셉 빙하로 인한 일정의 변경이었지요. 하지만 후회하는 사람은 없었구요. 저희는 프란츠 조셉 빙하의 위용에 감탄하고 자연의 경이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 


new zealand, 뉴질랜드


카이코우라에서 그레이마우스로 넘어온 후 계속해서 해안선을 따라 달리게 되는데 - 물론 바닷가에 바짝 붙은 도로는 아니기에 바다를 항상 볼 수는 없습니다. - 산맥의 가장 자리이기 때문에 대부분 평평한 지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기를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프란츠 조셉 빙하에 가까이 올 즈음부터 저 멀리 눈 덮인 설산들이 시야에 들어오게 됩니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던 빙하가 저기에 있을까? 마음은 계속 부풉니다. 


프란츠 조셉 빙하 Franz Josef Glacier


프란츠 조셉 빙하에 가까이 가다 보면 회색 빛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빙하 녹은 물이 강이 되어 흐르는 것으로 보이는 데 역시 매우 이국적이라서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됩니다. 한국과 너무도 다른 풍경들에 매료되어 빙하로 들어가는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처음엔 한국과 비교를 하게 되더군요. 한국보다 물이 깨끗하니 못하니 그래서 한국이 낫다더니 하는 이야기를 하시는 동반자도 만나게 되구요. 기준을 한국으로 삼고 그 위 아니면 그 아래 저도 오랫동안 그런 함정에 빠져 바라보았던 것 같습니다. 회색빛 강물은 깨끗함을 선호하는 여행자에게는 큰 감흥이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고, 지구 곳곳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이 곳 뉴질랜드가 아닌 다른곳은 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걸까요? 그래서 뻔할것 같지만 뻔하지 않은 여행들이 이어지나 봅니다. 


프란츠 조셉 빙하 Franz Josef Glacier


저희가 간 날은 빙하에 500미터 까지 접근이 가능한 날이었습니다. 사실 500미터가 아니라 가까이 가서 손으로 만져보고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그러한 규정이 있을 것이기에 잘 따르기로 했습니다. 저 멀리 빙하가 보입니다. 빙하 아래로 안개가 형성되어 더 신비로운 모습입니다. 빙하 500미터 앞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45분 가량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가깝지 않은 길이지만 산위에서 떨어지는 아름다운 폭포를 포함해서 빙하를 둘러싼 풍경을 구경하느라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푸른 나무들과 산꼭대기 하얀 눈의 공존. 그리고 그 사이로 넘실대는 파도처럼 보이는 프란츠 조셉 빙하까지. 남섬을 빙 돌아 이곳에 와야 했지만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프란츠 조셉 빙하 Franz Josef Glacier


1865년 발견 되었다는 이 빙하는 구글에서 찾을 수 있는 이전 사진 보다 많이 녹아 짧아진 상태였습니다. 저희가 탐방을 하게된 계절이 남반구의 겨울 시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지구가 많이 더워지긴 했나 봅니다. 빙하에 접근 가능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빙하를 보고 있었는데 저 멀리 빙하 중간 즈음에 헬기 한대가 접근합니다. 대 여섯명의 사람 그림자가 보이고 한 줄로 빙하위를 이동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마 빙하 체험을 하는 팀인것 같습니다. 인근에서 혹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헬기 투어 회사들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저희는 멀리서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프란츠 조셉 빙하 Franz Josef Glacier


지구 반대편에 와서 태어나 처음보는 빙하를 보고 있자니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빙하들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걸까요? 물 결정들이 얼음이 되면서 물 순환과정에서 벗어낫을 텐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물이 되어 강으로 흐르고 다시 바다로 나가 구름이 되어 어딘가로 날아갈 수 있을까요? 시간의 흐름이 멈추어진 그들에게 묻고 싶어졌습니다. 내가 달려온 이 삶의 투쟁들이 맞는 것이냐고. 정적인 너희와 너무도 다른 나는 올바로 나아가고 있는거냐고. 


프란츠 조셉 빙하 Franz Josef Glacier


빙하 탐방을 마치고 되돌아 나기는 길에 흐르던 회색 빛 강물들은 오랜 기다림의 끝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활기 차게 굽이 굽이 흘러 바다로 나가고 다시 구름이 되고 춥지 않은 어디엔가 닿으면 물이 되어 땅을 적시겠죠. 우리네 인생과 다를 바 없는 그들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혹 프란츠 조셉 빙하를 탐방하시려는 분께서는 웅장하거나 스펙타클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빙하의 모습에 실망하시지 않게 주의하세요. 겉 모습엔 억겁의 세월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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