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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 시티브리스번 시티의 모습




(회고 형식으로 기록한 글이라 경어체가 아닌 점 양해 바랍니다.)




브리즈번으로 가기로 결정

호주의 드넓은 땅 덩어리 중에서 어느 도시 어느 곳에 정착해야 하는지 부터가 고민이었다. 도시의 규모에 따라 또, 도심으로 부터의 거리에 따라 집세도 소비의 패턴도 달라질 테니까. 생각할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한국인이 많은 곳에 가자니 한국어 사용 빈도가 높아져서 영어 공부에 득될게 없는 것 같고, 한국인이 없는 곳에 가자니 혹시 직업이 안 구해질 경우 한인잡은 유일한 동아줄 일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딜레마 라고 해야 할까 아무런 경험없이 생각만으로 계획을 짜고 그 생각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단 시드니는 피하자. 생활비가 비싸다. 게다가 한인도 많다. 그것뿐인가? 같은 종류의 한인잡도 시드니가 조금더 적게 받는것 같았다. 두 도시를 오가며 생활한 경험자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썬브리즈번이나 시드니쪽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둘러 보고 내린 결론 이었다. 이왕 같은 시간 일해서 조금 이라도 더 받는다면 덜 일하고 영어 공부에 매진해 보리라. 퍼스? 왠지 거긴 너무 멀다. 블로그를 뒤적 거리다 보니 퍼스에서 광물 관련 회사에 취직한 사람의 경험이 흥미진진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간다고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보수와 경험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인 데다가 그 한가지에 내 소중한 1년의 첫 시작을 걸기는 어렵다. 다윈도 아니고, 멜번도 아니었다. 썬샤인 스테이트라는 퀸즐랜드의 브리즈번이 내가 고른 정착하고 싶은 도시였다.

브리즈번에는 아는 사람은 커녕 어떻게 생긴 도시 인지 뭐가 있는지도 몰랐다. 문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러 가는 느낌. 그래도 썬브리즈번이라는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고 그곳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한인잡들이 한 가닥의 희망이 되어 내게도 기회는 있지 싶었다. 오지잡(Aussie Job - 오스트레일리아 고용주가 제공하는 일자리)을 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들었기 때문에 일단 한인 사회가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 브리즈번은 시드니처럼 엄청난 인구의 한인 사회는 아니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워킹 홀리 데이 목적과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말이다.



웰링텅 포인트브리즈번 웰링턴 포인트



워킹 홀리 데이를 준비하던 2년 동안

워킹 홀리 데이를 준비하던 당시의 나는 회사에 다니는 상태였다. 내게 남겨진 시간은 2년 그 동안 영어 기초도 좀 닦고, 검소한 생활로 저축도 좀 해야하는 상황. 그나마 내 어린 시절의 워킹 홀리 데이와 다른 것은 준비를 하고 떠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다. 시간적 여유 뿐만이 아니었다. 직업도 없던 시절에 시간이 많아도 자금적 여유가 늘어가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나은 조건에 있다. 단돈 백만원 들고 가서 초기 정착금도 없이 성공하는 케이스도 많이 있다. 공공 장소에서 며칠 지내다가 가까스로 직업을 구해서 시작하게 되는 워킹 홀리 데이 후기도 종종 읽은 적이 있었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 가는 것이라 그런지 그런 패기가 없었다.


사실, 그런 패기가 없어야만 했다. 워킹 홀리 데이 비자를 신청하고 일년 반 후에 결혼을 하여 호주로 떠날 사람은 나뿐 아니라 나와 아내 둘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내 배우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했다. 아내는 결혼을 하고 3개월을 같이 한국에서 지낸 후 바로 호주로 떠나는 데 동의했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어차피 떠날거라면 한국에 살림 차리고 짐을 더 만들기 전에 떠나자는 데에 동의 했다. 지금도 내 결정에 순순히 따라준 아내에게 고맙다.


우리는 우리가 살던 집에 신혼 살림을 들이지 않았다. 나 혼자 살며 쓰던 살림살이를 그냥 사용하며 호주로 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와 실제적인 준비들을 해 나갔다. 회사에는 사직을 요청했고, 호주로 떠나기 열흘 전에 회사를 그만 둔다. 항공편은 콴타스, 홍콩을 경유해 브리즈번으로 가는 비행기 표의 구입도 마쳤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한다. 회사는 그만 두겠다고 말해놓았고, 1인당 백만원이 넘는 항공편의 결제도 마쳤다. 이 때 들던 심란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변화가 적고 크게 동요될 일이 없으며 무엇보다 무척이나 익숙했던 일상으로 부터의 탈출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심은 우여곡절 끝에 어려우나마 내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결심들이 현실이 되려 할 때 우린 종종 그 결심들을 거둔다. 두렵거나 내딛기 어려운 한 걸음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물러설 곳이 없는 느낌. 이제 가는 수 밖에 없다.



출국 그리고 도착

여행을 통해서 많다고는 못해도 다수의 공항들에 도착해 본 경험이 있지만 첫 날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했던 날의 그 공기와 낯선 간판들 그리고 말을 듣지 않던 핸드폰은 잊을 수가 없다. 방콕이나 홍콩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적당히 실용적인 공간들로 이루어진 호주 브리즈번의 공항. 과시욕 투영된 아시아의 으리으리한 공항들과 다른 어떤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은 공항 자체가 크게 달라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인생의 커다란 도전의 첫 걸음을 내 딛었기 때문이리라. 낯설다. 영어 간판이야 어디서나 보던 익숙한 글자 이지만 낯선 커피숍의 간판들은 확실히 내가 전에 알지 못하던 곳에 와 있는 분명한 사실을 상기 시켜 준다.


공항 픽없도 마련해 놓았었고, 도착해서 들어간 첫 집은 썬브리즈번에서 여러번의 검색을 거쳐서 알아 놓은 적당히 브리즈번 외곽의 조용한 집이었다. 물론 렌트는 아니고 쉐어 하우스. 한인 집주인의 쉐어 하우스다. 다른 쉐어와 달리 이곳은 집을 구입한 시드니 거주 한인 소유의 집이다. 즉, 집주인이 같이 안 산다. 어느 정도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집주인의 휴가 기간에는 집주인 부부와 세명의 아이들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도 며칠 안되는 집주인의 방문은 괜찮다. 우린 드디어 브리즈번에 집을 구했고, 빈 틈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몇날 며칠 쌌다 풀었다를 반복했던 여행 가방을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 모두 꺼냈다. 이제 일 년간 이곳이 우리 집이요. 이곳이 삶의 터전이 될 테니까.

차량구입

호주 생활에서 차량은 필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이다. 차가 없을 경우 활동에 너무나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에 차량 구입은 시내 한 복판에 살 것이 아니라면 필수적인 부분이다. 썬브리즈번 중고 거래 페이지에서 중고 차량 사고 팔기 페이지를 제공한다. 몇 번 들어가서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상태 좋고 가격 저렴한 매물은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 이것은 확률의 문제인데 매물이 많을 수록 좋은 차를 만날 확률도 높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carsales.com.au 같은 사이트가 많이 사용된다. 워킹 홀리 데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은 판매를 위해 썬브리즈번 같은 한인 커뮤니티를 이용하지만 새로 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대게 검트리나 카세일즈 같은 호주 커뮤니티를 이용한다. 잘 정비된 차를 사는 것도 한 가지 중요한 요소니까.


카세일즈 웹사이트는 지역별 검색이 가능한데 우리 동네 그것도 걸어서 10분 거리에서 판매하는 토요타 캠리 판매자를 알게 되었다. 가정 집이었고, 독일인 아버지는 자신의 가라지를 보여주면서 자신이 오일 교환이라던지 모든 소모품 정비를 했다고 하면서 차량의 컨디션은 보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워킹 홀리 데이 내내 험하게 차량 굴리면서 단물 쪽 빨아먹은 워홀러의 차량을 구매하기는 마음이 썩 내키지 않던 참에 잘 되었다. 썬브리즈번의 시세보다 조금 높지만 제대로 작성된 RWC(중고차 보증서 비슷한 서류)와 함께 구입을 완료했다. 아내와 함께 여행도 다니고 무엇보다 제대로 직업을 구해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살 수 있는 거겠지?


- 계속 - 






2016/02/02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1. 시작


2016/02/06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3. 직업 구하기


2016/02/28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4. 직업이 주목적이 된 친구들


2016/03/01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5. 한인사회


2016/03/06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6. 후기


2014/04/05 - [호주 워킹홀리데이] - 호주 워킹 홀리 데이 나이 제한은 몇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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