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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대관람차

(회고 형식으로 기록한 글이라 경어체가 아닌 점 양해 바랍니다.)

(기록된 내용은 필자의 제한적인 경험이며, 일반화 될 수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직업이 주목적이 된 친구들

호주에서 만난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다양한 연령대가 있었는데, 워홀을 마치고 학생 비자로 넘어간 사례나 영주권을 받은 사례 처럼 체류 기간이 오래되어서 나이가 제법 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 혹은 나보다 연장자도 비슷한 목적으로 왔다가 아직 체류하고 있는 일도 있었다. 내가 워홀을 갈 수 있는 가장 늦은 나이에 호주에 간 사례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나보다 연장자를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특히나 워홀의 연장선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고, 워홀 기간 자체만 생각했으니까 그랬다.


다양한 연령대를 만났다고 해서 다양한 생각들을 만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놀랍도록 많은 수의 워홀러들이 워킹 홀리 데이 본연의 목적과는 다른 생각으로 호주 땅을 밟고 있었고 그러한 생각들은 수많은 부작용을 낳는 중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생각이 무엇이냐 하면 워홀 1년 혹은 1년 연장하여 2년 동안 소위 “목돈”을 모아서 가져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고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규칙과 허용 범위를 넘어가는 일도 왕왕 일어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1년 호주 워홀이 끝나갈 때 즈음 계획에 없던 1년을 연장하여 조금 더 많은 돈을 모아서 돌아가려는 마음이 생긴 경우이다. 글을 작성하는 2016년 현재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살던 2014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세컨 비자를 구매할 수 있었다. 학생 비자로 혹은 불법 체류로 농장이나 세컨 비자가 발급되는 조건이 되는 위치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명의가 아니라 워홀러 1년 차들의 명의로 주급을 받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시간이 쌓이면 외곽 지역에서의 필요 일수가 채워지게 되고 별문제 없이 세컨 비자가 나온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방법은 워홀러 1년 차가 2개월도 채 남지 않았을 시점에서도 달성할 수 있다. 서류를 만드는 작업을 소급해 작성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명백한 불법이며 규칙과 법규를 넘어간 비양심적이고 불필요한 행위이다. 그렇지만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이용되는 이러한 편법은 수요와 공급이 끊임이 없다.


같은 집에 쉐어하며 살던 친구 이야기를 해 보면 이렇다. 그는 1년 차 워홀 기간을 2개월도 남기지 않은 채 더 체류하며 돈을 벌기로 했다. 돈을 주고 세컨 비자를 샀으며 농장에서 일하던 지난 4개월간의 기록을 손쉽게 얻었다. 심지어 농장이 자리 잡은 도시로 운행한 기차표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해당 날짜에 말이다. 그는 농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다. 계속 시내 가까운 곳에 머물며 공장에서 하루 15시간씩 일했다. 물론 한국인 경영의 공장이니까 가능한 시간이다. 그렇게 2년 열심히 일해서 이삼천만 원 모은 것으로 안다.


이 과정에서 하이에나 같은 놈들은 어디나 존재한다. 세컨 비자가 돈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이 번번이 일어나자 너도나도 세컨 비자를 만들어 주겠다는 글을 올린다. 급하게 한 두 푼 필요한 인간들이 그러는 것인지는 몰라도 돈을 건네주고 나서는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건 직거래와는 다른 점이 있다. 돈을 건네주고 물건이야 받아오면 그만이지만 돈을 먼저 요구하고 서류를 작성하는 시간을 요구하는 경우에 조심해야 한다. 사기가 많다.


워킹 홀리 데이 비자의 목적은 돈을 벌면서 여행하라고 만들어준 비자다. 여행자들이 근로를 하다 보니까 가뜩이나 인력이 모자란 호주땅에 인력이 채워지는 효과도 있고 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비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많은 젊은이가 시급 높은 선진국에서 목돈을 모아 금의환향하는 꿈을 꾸며 호주 땅을 밟는다. 현실은 좁디좁은 컨테이너 쪽방에서 칼잠을 자고 낮엔 타죽지 않으려 기를 쓰고 농장에서 일하는 예도 많다. 젊어서의 경험은 소중하다지만 그런 경험이 나중에 어디에 도움이 될까 잘 모르겠다. 워킹 홀리 데이 비자의 목적대로 여행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적이 바뀌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생각한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어렵게 번 돈 다 쓰기 아까워 모아 한국으로 가져갈 목적이 아니라면 호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여러 가지 문화를 체험할 기회의 문들이 많은 곳이다.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더 많은 곳에 가서 그곳이 아니면 채울 수 없는 것들을 채워 오는 것이 어떨까? 여담이지만 어렵게 번 돈 환율의 폭락으로 제 값이 안되거나 환전 사기에 당하거나 하이에나 같은 악성 워홀러들에게 털리는 예도 없지 않다. 위에서 말한 세컨 비자를 구입한 친구는 2년차 말미에 자동차 사고를 내게 된다. 모은 돈 대부분을 수리비와 보상비로 날리고 거의 남은 것 없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나는 워홀에 도전하는 것에 지극히 긍정적이다. 다만 계획하고 있는 것이 돈이 주목적이 되는 워홀이라면 차라리 한국에서 한 가지 직업에서 2년 오롯이 경력 쌓길 권한다. 2년 후를 생각할 때 그게 나은 선택 같아 보인다.





2016/02/02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1. 시작


2016/02/03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2. 정착기


2016/02/06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3. 직업 구하기


2016/03/01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5. 한인사회


2016/03/06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6.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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