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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형식으로 기록한 글이라 경어체가 아닌 점 양해 바랍니다.)

(기록된 내용은 필자의 제한적인 경험이며, 일반화될 수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한인사회

워킹 홀리 데이 비자로 한국을 떠나는 사람 중에서 대다수는 한국인의 도움을 기대하거나 그 도움에 기대어 생활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워킹 홀리 데이로 한국을 떠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의 자립심과 독립심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과 문화가 다른 허허벌판에 자신을 던진다는 것이 생각조차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어느 정도 각오와 결심을 안고서 한국을 떠난다.


그렇게 한국을 떠나는 대다수는 (해당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다.)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언어의 준비, 사회 경험의 준비, 신뢰할 상대를 분별하는 능력에서의 준비. 이러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인 커뮤티니 사이트는 달콤하다. 읽을 수 있는 언어로 게시되는 다수의 글에서는 안정된 수입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덜 된 준비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들. 필자의 경우에는 썬브리즈번 이었다.



사실, 호주의 일자리라는 것이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뜨내기를 환영하는 곳은 없다. 워홀러는 어떤 의미에서 뜨내기인데, 오래 체류할 수 없는 신분이 그 한 가지 한계다. 입국하고서 한 두 달 이것저것 알아보고 적응하다 보면 10개월 남는 것이다. 그나마도 워킹 홀리 데이 비자는 한 고용주 밑에서 6개월 이상의 근로를 허락하지 않는다. 즉 우린 6개월 일할 수 있다고 이력서를 제출해야 하는 거다. 어떤 고용주가 좋아하겠는가? 물론 6개월이든 일주일이든 환영하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농장이다. 시즌에는 한 사람이 아쉬울 만큼 일이 바쁘니까. 그 외에는 좀 힘들다고 봐야 한다.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준비”되지 못한 워홀러들이 쉽게 일을 구하기 시작하면서 워킹 홀리 데이 비자의 호주행은 수적인 면으로 많이 증가했다. 더 많은 워홀러가 호주로 몰리게 되고 한인 커뮤니티들은 호황을 누리게 되었을 거다. 이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댓글난이 없다. 게시글에 댓글을 달 수가 없게 되어있다. 구인란에 가 보면 특정 글들은 조건이 좋아 보이는데도 수시로 올라온다. 그 의미는 고용주에게 문제가 있거나 올라온 조건들이 현실과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런 글들에 악의를 가졌든 경고성 글로 남을 돕고자 하는 선의를 가졌든 댓글을 작성할 수 없게 해 놓았다. 초보 워홀러들은 글의 진실성 여부나 고용주의 성향에 대해 알 수가 없으므로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초반 몇 달간의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는 공정하지 못하고 투명하지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고용주가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의 관리자와 알고 지내는 사이이거나 광고주 이거나 “지역 한인 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인”이라는 광범위한 범주가 아니라 “호주 시민권 가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 정도의 범주에 속해 있으므로 워홀러들의 사정이야 남의 이야기다. 워홀러들이 삽질하든 고생을 하든 관심도 없고 자기들 이익에 반하는 일은 대의를 위해서든 선의를 위해서든 팔을 걷어붙이지 않는다.





기득권이라면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은 먼저 호주 땅을 밟아서 이민의 선배 세대 되시겠다. 고생 고생해서 지금은 먹고살 만해 졌다. 개인 사업체를 소유했거나 호주 회사의 매니저급 정도 되어서 고용에 대한 권한이 있거나 한 사람들은 이제 더 벌어야 한다. 며칠 전에 써니뱅크의 김사장은 BMW를 샀으니까 나는 벤츠 한 대 뽑아야겠다. 열심히 일해서? 아니 워홀러들 등쳐먹어서.


개인 사업체를 소유한 사람은 시급을 자기 맘대로 정할 수 있다. 법정 최저 시급? 그런 거 모른다.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 시세로 주면 된다. 법정 최저 시급 한참 아래다. 그래도 괜찮다. 한다는 애들 줄 섰으니까. 매니저급의 경우에는 애들 둘 뽑았다고 위에 보고해서 받는 시급 25불 중의 13불은 자기가 갖는다. 두 명이면 26불 세 명이면 39불이다. 자기가 받는 시급은 제외하고서라도 시간당 39불씩 생긴다. 이런 달콤한 역할을 절대 양보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걔 중에는 반항도 하고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고 눈에 불을 켜는 아이들도 있다. 괜찮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 올리면 전화통 불나니까 너 같은 애 안 나와도 된다.



신고? 현실적으로 어렵다. 왜 그런지 우리는 부당한 대우를 잘 참는다. 영어로 신고에 필요한 절차를 밟는 기나긴 시련의 시간에 차라리 다른 일을 찾아서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하니까. 신고는 시간 날 때 하면 되겠지 생각한다. 지금은 당장 집세를 위해 다른 일을 찾아야 할 때지 신고 같은 거 생각할 때가 아니다.


호주의 한인 사회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부분을 갖추었다. 예를 들어 한 한인 사장이 부정한 방법으로 워홀러들을 부려먹고 제대로 시급을 주지 않으면서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하자. 정의감 불타는 한 워홀러가 어떤 방법인가 사용해 이 한인 사장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인 사회의 변호사, 세무사들은 일 년 혹은 길어야 이년 일하고 떠날 워홀러 편이 아니다. 특히 호주는 세금이 무거우므로 대부분의 한인 사장들은 세무사를 고용하고 있다. 그들은 편법이든 합법이든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세금을 줄여주는 대가를 수입으로 생존하고 있다. 즉, 한인 사회의 일원이 아닌 워홀러 처지에서 증오의 대상인 일부 사장들을 처벌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겠지만 그들의 뒤는 뜻밖에 깨끗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


한인 사회에는 위에 언급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워홀 미담이나 다수의 체험기에서 볼 수 있듯이 훌륭한 인품으로 워홀러들에게 감동을 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그나마도 적어지고 찾기 힘들어지는 것은 인간성의 “준비”가 덜된 일부 워홀러들의 책임이다. 이기적이고 은혜를 모르는 그들은 호의를 가진 한인 사회 선배들의 마음을 굳게 닫히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결국, 책임은 어느 누구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각박해져 가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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