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스토리 브릿지브리즈번의 상징 - 스토리 브릿지


(회고 형식으로 기록한 글이라 경어체가 아닌 점 양해 바랍니다.)

(기록된 내용은 필자의 제한적인 경험이며, 일반화 될 수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한인잡과 오지잡

호주 워킹 홀리 데이에 한해서 하는 이야기 이겠지만 잡(Job)의 분류를 둘로 나눈다. 한인잡(한국인 사장이나 매니저 급들이 제공하는 일자리)과 오지잡(Aussie Job - 오스트레일리아 고용주가 제공하는 일자리).


한인잡은 구하기가 쉽다. 그리고 어렵다. 썬브리즈번이나 퍼참(퍼스 참을 수 없는 그리움), 시드니쪽은 호주나라 등등 몇 개의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구인란에 가득찬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몇 개의 글들도 보인다. 미루어 짐작하기 쉬운 방향으로 생각해 본다면 인력이 충분치 않아서 생기는 현상으로 충분히 오해 가능하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질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막 든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글의 고용주들은 인간적 특성이 지랄맞거나 그리 좋지 않은 조건으로 인력을 구하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오래된 워홀러들이나 장기 체류자들은 현지 상황에 빠삭하고 한인 사회에서 도는 소문에 민감 하기 때문에 질 나쁜 고용주들에 대해 잘 안다. 그래서 그 글들은 계속 인력이 구해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반복적으로 게재되는 구인 광고에도 걸려드는 사람은 꼭 있으니 바로 초보 워홀러다. 아직 호주 물정 밝지않고 주변에 친구도 적어서 정보 교류가 별로 없다보니 하게 되는 실수다.

질 나쁜 한인 고용주들 밑에서 한 번 일을 해 보면 느끼는 바가 많다. 처음에는 좁아 터진 그들의 아량과 고작 그것밖에 안되는 실력으로 인생의 대 선배처럼 구는게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화도 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감정은 그 사람에 대한 측은함으로 바뀌기도 하고 한심한 사람에게 신경쓰는 내 자신이 소모되는게 더 안타까울 뿐인 상황이 된다. 최저 임금 한참 아래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처구니 없게도 그 형편없는 임금에서 또 세금이랍시고 떼어가는 고용주도 있었다. 온갖 진상짓은 기본으로 장착이 되어 있고, 한인 사회에서도 좋은 평판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디가서 그 사람과 일한다고 하면 다들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통에 내 자신이 창피해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호주에서 자리나 제대로 잡았으면 말을 안한다. 고작 매니저 자리 하나 꿰차고 자신이 무슨 호주 개척자인 것처럼 떠들어 대는 소양은 말할 것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급여다. 적은 급여로 계약을 했다 치자. 페이퍼로 된 계약 말고, 보통 그냥 말로 끝난다. 제때 안주는 것은 기본, 일찍 그만두는 고용인에게는 이런 저런 명목을 갖다 붙여서 최대한 급여를 안 주려고 한다. 일을 가르치니까 그만 둔다던가 너 안들어 왔으면 다른 사람 뽑아서 시간 낭비는 안 했을거 아니라던가 뭐 이런 저런 이유도 많다.



캥거루 포인트캥거루 포인트 - 스토리 브릿지가 시작되는 곳.



하지만 질 나쁜 고용주들은 생각과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 그들이 한국에서 지낼 때 같은 편인것 같았던(전쟁이 났다면 같은편이지 않았겠는가?) 젊은이들은 이제 그냥 남이다. 자신들은 호주 영주권자 이거나 시민권자로서 우리보다 나은 입장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호주 정부가 다른 나라에서 곤경에 처한 호주 시민권자들을 위해 어떤 적극적인 입장을 취했는지 입에 침을 튀기며 설명한다. 자신도 호주 여권이라면서… 어쨌거나 자신들은 호주에서 자릴 잡았고, 최저 임금보다 적은 돈으로 맘껏 부려먹을 수 있는 인력은 호주 정부가 허용한 워킹 홀리 데이 비자 덕분에 끊임없이 공급된다. 여기에는 한국의 영어 교육 시스템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 열심히 10년 넘게 영어 공부를 해도 아임 파인 땡큐 앤유 밖에 못하는 대다수의 워홀러들은 오지잡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들은 다시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 고침 하며 소위 “꿀잡”을 찾기위해 분투 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악 순환의 고리는 계속된다. 문제를 개선하기도 어렵겠거니와 1년 내지 그 이상 일을 해보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계속 머물면서 고용주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호주의 워킹 홀리 데이 비자는 연장을 했을 경우 2년이 끝이다. 그 후에는 학생 비자를 만들어서 연장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워홀러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고 호주를 떠난 후에는 이 모든 것들이 지난 일이 되어 버리니까.


그렇다면 오지잡은? 생각보다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기술 계통은 보수가 좋은데 유 경험자를 원한다. 서비스 계통은 일자리가 많은 편이지만 영어를 매우 잘해야 한다. 농장은 비추천이다. 상황이 열악한 경우가 많고, 작물의 종류에 따라 계속 이동을 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수입을 많이 확보하기가 어렵다. 물론 어디나 예외적인 인물들은 있지만 말이다. 공장은 일자리 자체도 안정적이고 보수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대기하는 기간이 생기는데 상황에 따라 공장에 따라 시기에 따라 다르다.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오지잡을 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서두에 말한것 처럼 쉽지가 않다. 영어를 배우면서 할 수 있는 오지잡?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건 없지 싶다. 구인 이라는 것이 프로페셔널하게 일해줄 사람을 원하는 건데 영어를 가르쳐 주면서 사람을 쓸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영어가 딸리던 나는 한인잡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성 좋은 고용주는 아니었다. 내 몹쓸 근성은 그 고용주 밑에서 10개월 넘게 일하며 일년의 워킹 홀리 데이 기간을 그 고용주 하나로 마무리 짓도록 만들었지만, 초보 워홀러가 쉽게 맞이 하게 되는 현실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 계속





2016/02/02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1. 시작


2016/02/03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2. 정착기


2016/02/28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4. 직업이 주목적이 된 친구들


2016/03/01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5. 한인사회


2016/03/06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6. 후기


2014/04/05 - [호주 워킹홀리데이] - 호주 워킹 홀리 데이 나이 제한은 몇살까지?




댓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