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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렉카차호주의 견인차


(회고 형식으로 기록한 글이라 경어체가 아닌 점 양해 바랍니다.)

(기록된 내용은 필자의 제한적인 경험이며, 일반화될 수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떠나야 하냐고 묻는 동생들

워킹 홀리 데이를 다녀온 것을 아는 동생들 후배들의 물음이 끊이지 않는다. 워홀을 다녀와야 할까요?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요? 직업은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수많은 질문은 의미가 없다. 부딪혀보고 겪어보고 넘어져도 보는 것이 워킹 홀리 데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길다면 긴 시간 2년. 어딘가에서 경력을 쌓으면 최소한의 자격증마저 취득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의 열정을 경험으로 바꾸는 작업에 뛰어들고 싶다면 기꺼이 그리했으면 좋겠다. 갈지 말지 고민하지 말고 가서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 가서 직업을 구하고 집을 구하고 친구를 선택하다 보면 인생에 대해서는 조금 배우게 되지 않을까?



영어에 대한 미련?

호주에 워홀로 가서 영어를 배우기란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혼자라면 그렇다. 하지만 영어를 접하고 배우기에 한국보다 좋은 조건인 건 확실하다. 종교 단체든 스포츠 클럽이든 사교 모임이든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한다. 그곳에서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친해지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것이 영어 울렁증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준비와 계획 없이 호주에 워홀로 갔다가 한인 커뮤니티를 통한 일자리에 머물다가 집에 돌아갈 시간이 돼서 돌아보니 영어를 사용한 시간이 너무 없었다던 워홀러가 한둘이던가? 만약 한인 잡을 하느라 주 중에 영어를 사용할 시간이 없다면 과감히 주말 근무는 재끼고 주말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을 더 줄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것은 사람마다 상황이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영어에 대한 기초가 너무 없다면 그마저도 시작하기 어렵다.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은 인사를 할 줄 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적어도 한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초적인 영어 실력이 없다면 힘들다. 몇몇 친구들은 호주에 오기 전에 필리핀에서 단기 속성 영어 수업을 듣고 왔다. 온종일 영어만 공부하게 하여주는 학원 비슷한 것들이 있는데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좋은 분위기라 했다. 그 친구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였을까 제법 영어를 말하고 알아들었다. 이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건청인은 농아와 거의 소통을 하지 않는다. 수화를 사용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은 영어 문화권에서 농아와 다를 게 없다.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할까?

두 달 치의 생활비와 적어도 일 년은 굴러갈 자동차 한 대 살 돈은 준비해 가는 게 좋겠다. 자동차의 유무가 일자리를 고르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집 근처로 바운더리를 한정해 버리면 경우의 수가 너무 적은 것이다. 꼭 좋은 일자리가 멀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동성이 있다면 일자리의 위치에 큰 상관이 없으므로 유리하다.


두 달 치의 생활비는 더 많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있어야 마음에 평화가 유지된다. 호주에 도착하고 나서 필요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한 두 달은 금세 기나 가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고 첫 웨이지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버티려면 어느 정도 금전적 여유가 필요하다.



돈을 버는 기회로가 아니라 경험을 쌓으러

2년간 몇천만 원 못 버는 건 아니다. 그렇게 벌어온 많은 워홀러들이 있었기에 많은 젊은이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호주에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상주의자 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돈이 목적이 되면 재미가 없는 것 같더라. 한국을 떠나서 할 수 있는 많은 경험과 견문을 넓히고 시야를 트이게 하는 많은 기회의 문들 곁에 가보지도 못하고 일만 죽으라 하면서 안쓰럽게 2년을 버티는 친구들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그런 건 권하고 싶지 않다.





태즈메이니아에서 도보여행도 해 보고, 골드 코스트에서 서핑도 배워 보면 좋겠다. 울룰루에 가서 소리도 질러보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 드라이브도 해 보고 할 게 너무나 많은 곳이 호주다. 물론 돈이 든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호주 정부는 우리가 일하도록 정식으로 승인했으니까 어떤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하면 된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비행기로 지나면서 하늘에서 보았는데 그곳에 가보지 못한 것이 호주를 떠나면서 무척이나 아쉬웠다. 다른 곳도 아닌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다. 내 스쿠버 자격증은 호주에서 꺼내지도 못했다. 그 대신 남반구 저 밑에 있어서 다시 올 것 같지 않은 뉴질랜드 캠핑카 여행을 했다. 절대로 절대로 잊지 못할 풍경들을 눈에 담으며.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은 여러가지 위기 앞에서 무용지물로 변할 수 있다. 그러기 전에 경험과 배움이라는 자산으로 환전해 놓길 바란다.




2016/02/02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1. 시작


2016/02/03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2. 정착기


2016/02/06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3. 직업 구하기


2016/02/28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4. 직업이 주목적이 된 친구들


2016/03/01 - [호주 워킹홀리데이] - 나이 꽉차서 다녀온 호주 워홀에 대한 생각 - 5. 한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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